“시각장애 성인 학습자에게 학력보완 교육은 생존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필수 교육입니다. 실제 연구와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급한 제도 개선과 정책 방향을 제시합니다.”
시각장애인도 ‘끊임없이 배우며 살 권리’가 있다
“맹학교 졸업장이 있다고 해서 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 말은 한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가 실제 면담에서 밝힌 이야기입니다. 그는 졸업 이후에도 점자, 보행, 컴퓨터, 스마트폰, 직업교육 등 다양한 배움을 계속 이어왔고, 그것이 자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고 말합니다.
최근 발표된 논문 「시각장애 성인 학습자를 위한 학력보완 교육에 대한 인식과 지원 요구」는 이처럼 시각장애인에게 학력보완 교육이란 단순한 문해 교육이나 검정고시 대비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생존 역량 강화라고 강조합니다.
현실의 간극: 법은 보장하지만, 시스템은 없다
평생교육법은 장애인도 평생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복지관이나 시각장애인단체에서는 점자 교육, 안마 관련 보수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참여율 3~4%: 장애인 전체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극히 낮고, 시각장애인은 이보다도 낮습니다.
- 서울에 집중: 복지관과 교육 자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 거주자는 교육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 중도실명자 문제: 기존에 점자 교육을 받지 못한 중도실명자들은 교육의 문턱에서조차 좌절합니다.
“복지관이 서울에만 몰려 있고, 지방에는 거의 없어요. 교육 받으려면 이사까지 고려해야 했습니다.” – 연구 참여자
학력보완 교육, 단지 지식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연구 참여자들이 언급한 학력보완 교육의 핵심 목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목표 | 내용 |
🎯 직업 유지 및 전환 | 안마사, 사회복지사 등 기존 직업 외 새로운 가능성 발굴 |
🧠 정보 접근 역량 | 점자/음성정보 활용, 스마트폰 사용법, PC 활용 등 |
🧭 자립생활 능력 | 교통수단 활용, 가전제품 사용, 금융서비스 이용 등 |
📚 정서적 성장 | 자기표현, 여가 활동, 문화예술 참여 |
특히 "안마도 트렌드가 있다. 보수교육이 필요한데, 영상으로 배울 수는 없다. 실습과 반복이 필요하다"는 연구 참여자의 말처럼, 일회성 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지며, 반복적이고 심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지금의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 프로그램의 일회성
→ “컴퓨터 수업을 1년에 한 번 받는데, 매번 다시 배우는 기분이에요. 이어서 배울 수가 없어요.” - 과목 선택권의 제한
→ 점자, 음악, 안마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거의 없음. - 강사 역량의 편차
→ “프로그램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강사가 있느냐가 더 중요해요.” - 교육시간과 생활의 충돌
→ 주간 수업이 대부분이라 직업을 가진 성인 학습자는 참여가 어렵고, 온라인 수업도 음성 접근성이 미흡. - 준자격증 제도의 부재
→ 발달장애를 동반한 시각장애인은 법적으로 자격증 취득이 어려워 교육을 받아도 ‘일할 수 없음’.
대안은 무엇인가?
이 연구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생애주기별 맞춤형 평생학습 체계 구축
- 중도실명자를 위한 점자 입문 교육
- 고령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문해교육
- 청년층을 위한 진로 탐색형 프로그램
2. 교재·교구의 맞춤형 개발과 당사자 참여
- 3D 프린터를 활용한 촉각 교구 제작
- 점자, 청각, AI 음성 기반 교재 통합
- 교구 개발 시 당사자 직접 참여 유도
3. 학습 이력 관리 시스템 도입
- ‘나이스(NEIS)’처럼 성인 학습자도 학습이력을 관리
- 연계된 추천 교육 프로그램 제공
4. ‘준자격증’ 제도 신설
- 완전한 자격은 어렵지만 일정 능력에 도달한 사람에게 부분 자격을 부여하여 실제 취업 가능하도록
5. ‘평생학습 코디네이터’ 제도 운영
- 시각장애인 전담 코디네이터가 학습계획, 직업연계, 기관 연계 등을 컨설팅
결론: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삶의 주체성을 위한 시스템이다
시각장애 성인 학습자에게 학력보완 교육은 ‘학교를 다시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지탱하기 위한 기초 체력입니다. 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책임입니다.
이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바는 명확합니다:
📌 학력보완 교육은 ‘지원’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라는 점.
📌 제도, 인프라, 운영방식 모두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점.
📌 지금은 그것을 ‘당사자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때라는 점.
원문 논문 사이트: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2071730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보지 않고도 '빛'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학생이 보여준 과학 개념의 깊이
시각장애학생은 어떻게 빛을 배울까요? 대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시각장애학생들은 일부 개념에서 정안학생보다 더 과학적인 이해를 보이기도 합니다. 빛의 본성과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braille.tistory.com
장애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중도 시각장애 유튜버들이 말하는 '수용'의 여정
중도 시각장애 유튜버들의 삶을 통해 본 '장애 수용'의 진짜 이야기. 실명이라는 충격에서 수용과 성장, 사회적 메시지까지. 이들의 유튜브 영상 속 고백을 통해 장애란 무엇인
braill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