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보지 않고도 '빛'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학생이 보여준 과학 개념의 깊이

by 점자 배우는 사람 2025. 3. 30.
반응형

 

시각장애학생은 어떻게 빛을 배울까요? 대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시각장애학생들은 일부 개념에서 정안학생보다 더 과학적인 이해를 보이기도 합니다. 빛의 본성과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시각장애학생들이 빛에 대한 개념 형성을 정리하였습니다.

 

 

 


1. 왜 ‘시각장애학생의 빛 개념’이 중요한가?

‘빛’이라는 주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물리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빛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죠. 하지만 시각장애학생은 보지 않고도 빛을 배워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보지 못하는 학생은 빛을 어떻게 이해할까?
개념을 형성할 수는 있을까?
정안학생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구대학교 물리교육과 연구팀은 실험을 설계했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고 깊이 있었습니다.


2. 연구 설계: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나?

연구는 전국의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의 물리를 이수 중인 시각장애학생 16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전맹 학생 11명: 태어날 때부터 완전히 보지 못한 학생
  • 저시력 학생 5명: 일부 시각은 있으나 기능이 제한된 학생

이들에게 총 9개의 문항이 주어졌습니다.
문항은 ‘빛의 본성’과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구성되어 있었죠.

 

범주 문항 예시
빛의 본성 “왜 물체가 눈에 보이나요?”, “빛은 어떻게 퍼지나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 “그림자는 왜 생기나요?”, “사과는 왜 빨갛게 보이나요?”

 

각 문항은 선택형과 서술형으로 구성되었고, 정답 유형과 오개념 유형이 명확히 나뉘어 있었습니다.


3. 실제 응답과 그 의미: 정답률보다 중요한 것

🔸 “사과는 왜 빨갛게 보이나요?”

정답은 “사과 껍질이 빨간색 파장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빛이 물체에 닿아 반사되는 성질과 관련된 개념입니다.

  • 전맹 학생 5명, 저시력 학생 2명이 정답 선택
  • 많은 학생들이 “사과는 본래 색이 빨갛다”고 답변

→ 흥미로운 점은, 시각장애학생이 시각 없이도 ‘반사’라는 개념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눈으로 색을 본 경험이 없는 학생이 빛과 색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 교육자로서 깊이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반응형

 

🔸 “그림자는 어떻게 생기나요?”

정답은 “빛이 물체에 가려서 생기는 어두운 부분”입니다.

  • 전맹 학생의 정답률은 오히려 저시력 학생보다 높았습니다.
  • “그림자는 물체 안에서 나왔다”는 식의 오개념은 대부분 저시력 학생에게서 발견되었습니다.

→ 이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안학생이나 저시력 학생은 보이는 경험에 의존해 개념을 형성하다가 오히려 왜곡된 해석에 빠지기 쉽습니다.
반면, 전맹 학생은 논리와 설명 중심의 학습 방식 덕분에 더 정밀한 개념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 “돋보기를 쓰면 왜 더 잘 보이나요?”

정답은 “돋보기가 빛을 굴절시켜 상을 확대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전체적으로 정답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 전맹 학생과 저시력 학생 모두 “빛이 확대된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 심지어 일부 학생은 “빛이 더 강해져서 보기 쉬워진다”고 해석하기도 했죠.

→ 이 문제는 추상적 개념(굴절)을 시각 없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렌즈의 역할과 이미지 형성은 단순히 설명으로는 한계가 있고, 입체적인 교구나 체험적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4. 정안학생과의 비교: 누구의 개념이 더 과학적인가?

놀랍게도, 일부 문항에서는 정안학생보다 시각장애학생의 정답률이 높았습니다.
특히 빛의 방향성과 그림자 형성 원리에 대한 이해에서 그렇습니다.

 

문항 전맹 학생 정답률 정안 학생 정답률 (일반적) 특징
물체가 보이는 이유 약 80% 약 60% 전맹 학생이 더 논리적 이해
그림자 생기는 원리 약 60% 유사 수준 일부 정안학생은 “빛이 없으면 어둠이 생긴다”는 오개념
돋보기 작용 원리 매우 낮음 낮음 모두에게 어려운 개념

 

이러한 결과는 "보는 것"이 개념 형성에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때로는 시각 경험이 개념을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


5. 시사점: 시각장애학생, 그리고 모든 학생을 위한 과학 수업이란?

이 연구는 단순히 시각장애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과학 개념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 교육적으로 시사하는 바

  • “보여주기”보다는 “생각하게 하기”
    개념 형성은 감각적 경험보다 논리적 설명과 인지가 중요합니다.
  • 저시력 학생은 시각 의존도가 높아 오개념에 빠질 위험이 있음
    시각자료보다는 개념적 접근을 병행해야 합니다.
  • 전맹 학생에게도 과학 개념은 충분히 교육 가능
    오히려 추상적 사고력과 설명 중심 수업을 통해 더 깊은 이해 가능

6. 결론: 시각장애학생, 과학 개념 형성의 또 다른 모델

빛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빛을 이해하는 방식은 반드시 눈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연구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 경험이 오히려 개념을 왜곡할 수 있다.
  • 설명과 사고 중심의 학습은 강력한 교육도구이다.
  • 시각장애학생도 정교한 과학 개념을 가질 수 있으며, 교육 설계에 따라 얼마든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이 연구는 모든 학생에게 더 나은 과학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단지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서 벗어나, 개념 중심, 사고 중심, 설명 중심의 과학 수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원문 논문 링크: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2092592&language=ko_KR&hasTopBanner=true#none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장애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중도 시각장애 유튜버들이 말하는 '수용'의 여정

중도 시각장애 유튜버들의 삶을 통해 본 '장애 수용'의 진짜 이야기. 실명이라는 충격에서 수용과 성장, 사회적 메시지까지. 이들의 유튜브 영상 속 고백을 통해 장애란 무엇인

braille.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