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시각장애 유튜버들의 삶을 통해 본 '장애 수용'의 진짜 이야기. 실명이라는 충격에서 수용과 성장, 사회적 메시지까지. 이들의 유튜브 영상 속 고백을 통해 장애란 무엇인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돌아봅니다.
"장애가 생긴 후, 인생이 멈춘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나로 다시 살아갑니다."
들어가며: 장애는 삶을 멈추게 하는가?
2022년 기준, 한국의 시각장애인은 약 25만 명. 그 중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가 아닌, 살아가던 도중에 시력을 잃은 ‘중도 시각장애인’입니다.
이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맞닥뜨립니다.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만나야 하죠.
2024년 「시각장애인의 장애수용에 관한 질적연구: 유튜브 동영상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삶의 중간에 시각을 잃고,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3명의 중도 시각장애인의 61개 영상(총 9시간 27분)을 분석한 질적 연구 결과를 담았습니다. 논문에서는 중도시각장애 유튜버들이 어떻게 장애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시 삶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실명이라는 ‘죽음 같은 충격’에서 시작된 이야기
“의사가 ‘앞으로 두 눈 다 실명한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내 삶이 끝난 줄 알았다.”
중도시각장애인은 갑작스러운 실명에 혼란과 공포를 겪습니다.
많은 경우 처음엔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병명을 오진받기도 했습니다.
라섹 후유증일 거라 생각하거나, ‘단순한 염증’이라며 안심했다가, 결국은 ‘치료 불가능한 희귀난치성질환’임을 알고 무너집니다.
“시력이 떨어진다는 게 뭐 대수겠어”라고 넘겼던 나,
눈앞이 깜깜해지고 나서야 모든 게 무너졌다.”
2. 장애의 부정과 은폐, 그리고 무너지는 자존감
“난 멋지게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더 이상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죠.”
많은 중도시각장애인들은 초반에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장애인 등록을 미루고, 실명을 감추려 합니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었다’고 자책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냅니다.
비장애인으로 살던 삶과 비교하며, 현재의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
이 시기의 유튜버들은 고립과 좌절 속에서 방황합니다.
말을 할 수 없고, 누군가를 만나는 게 두려우며, 스스로를 더 이상 사랑하지 못합니다.
3. 위축과 고립: ‘나는 이제 짐이야’
“눈이 안 보이는 것도 힘든데, 사람들의 시선이 더 고통스러웠어요.”
유튜버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태도에 더욱 위축됩니다.
“그 눈 왜 그래?” “아이구 불쌍해라” 같은 말들이 내면을 더 상처입힙니다.
그래서 그들은 혼자가 되기로 합니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지냅니다.
그러나 이 고립은 단순한 ‘숨어있기’가 아닙니다.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4. 장애 ‘수용’의 시작: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로
“시각장애인이기 전에, 나는 나예요. 이게 진짜 나인 걸요.”
장애를 부정하던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다시 보기 시작합니다.
장애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외모나 불편함보다 '존재의 본질'을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삶을 규정짓는 게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 “내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내 매력까지 사라진 건 아니에요.”
- “장애는 단점이 아니라, 나만의 특성 중 하나예요.”
- “장애가 있어도, 나는 여전히 나입니다.”
5. 새로운 삶의 시작: 사회를 향한 ‘발언’
“장애를 숨기지 않고 말하기로 했어요. 그래야 세상이 바뀌니까요.”
그들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장애 경험을 나누고, 사회의 편견을 드러냅니다.
영상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장애 인식 개선 운동의 한 형태가 됩니다.
✔️ 유튜브에서 말하는 주제들:
- 장애 진단 당시의 심정
- 실명 후 일상의 변화
- 편견에 대한 목소리
- 장애를 겪으며 얻은 통찰
- 평범한 삶을 향한 바람
그들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장애를 가졌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합니다.
6. 장애 수용은 끝이 아니라 여정이다
“수용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때론 다시 과거가 그립고, 사회의 벽 앞에 무너져요.”
연구에서 드러난 가장 중요한 점은, 장애 수용은 일직선이 아니라 순환적인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 이들은 장애를 받아들였지만
→ 다시 절망하고
→ 다시 일어나고
→ 다시 흔들리며
→ 계속해서 성장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삶은 '장애 극복'이 아니라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입니다.
마치며: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이 연구는 말합니다.
"장애는 그들의 개인적 문제만이 아니다.
그들의 수용을 어렵게 만드는 건 사회의 구조와 인식이다."
그리고,
"이들의 유튜브는 우리가 몰랐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중한 창이다."
장애가 생겼다고 삶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삶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여정을 함께 지켜봐야 합니다.
✅ 이 글이 전하고 싶은 한마디:
장애는 멈춤이 아닌, 새로운 방향의 시작이다.
그리고 당신의 ‘있는 그대로’의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원문 논문 링크: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97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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